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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만 4년 개발자 인생 회고

LichKing 2017. 12. 11. 15:06

2013년 11월 18일부터 개발자 인생을 시작하여 어느덧 만 4년을 다 채워가고있다. 첫회사를 2016년 1월 31일까지 다니고, 두번째 회사를 2016년 3월 14일 ~ 2017년 12월 08일까지 다녔으니 중간 한달여의 공백을 빼면 3년 11개월정도 된셈이다. 이제 세번째 회사의 첫출근을 앞두고있는데 그동안의 개발자 생활에 대해 회고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학창시절

어릴때 딱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단순히 모바일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그냥 그런 생각만 했던거지 그에 따른 무언가의 준비를 하고있던건 아니라서 입학하고 난 이후 '변수가 어쩌고 메서드가 어쩌고' 라는 수업내용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었다. 벌써 근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중 하나는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시험지를 백지로 내게됐다는 점이다(물론 이전에도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래도 백지로 낸적은 없었다.). 자바 과목이었는데 정말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주관식 시험이어서 정말 이름만 적고 시험지를 냈다. 물론 그 성적은 F였다.

공부 외적으로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못했고, 개발도 나한테 맞는것 같지않아 대학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다. 더욱이 개인적인 사정으로인해 2년제 4학기짜리 학교를 6년간 다니게되면서 현실적으로도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기엔 좀 힘든 환경이었다.

 

첫회사 - SI

그런 생각으로 대학시절을 보내고 군대도 다녀오게 됐는데, 나이를 좀 더 먹어서 그런지 마지막학기에 그래도 전공인 개발로 먹고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그냥 군대전역하고 마지막 학기를 다니면서 마땅히 할 수 있는게 이것뿐이어서 그런 생각을 하게된것 같다. 이때도 구체적인 분야보다는 그냥 막연히 개발로 먹고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것 뿐이고, C보다는 자바가 취업이 잘 된다는 말에 F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자바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스프링, 게시판 뭐 이런 공부를 한게 아니고 자바의 정석이라는 책을 한권 사서 그걸로 자바공부를 시작했다. 그 책으로 자바의 기본개념들을 익히고(오버로딩, 오버라이딩, 클래스, 메서드, 객체 생성 등...)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남들 다 다니는 국비지원 학원조차도 다니지않은 상태에서 참으로 운좋게도 작은 SI업체에 취업이 됐었다. 연봉은 무척 낮은곳이었으나 무작정 경력 뻥튀기가 없고, 가급적 2명 이상 파견을 지향하며, 자바 위주의 회사라는 점에서 정말 세상물정도 모르고 실력마저도 전혀 없던 당시의 나에게 이런 회사를 들어간건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이때 이상한 회사로 빠졌다면 지금의 나는 없지 않을까...

 

그 흔한 국비지원학원조차 다니지않았던 나는 회사에 입사하고나서야 스프링, 자바스크립트, 제이쿼리 같은 용어를 알게되었다. 어찌저찌 회사엔 들어왔는데 아무것도 모르다보니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여기저기 스터디 모임들에 참여하면서 공부를 이어갔다.

지금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정말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어찌저찌 시킨건 해나갔다. 미숙하더라도 만들었고, 잘한다는 소리는 못들어도 어쨋건 일은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었다. 당시 회사는 MiPlatform, xPlatform과 같은 x인터넷 툴을 이용한 개발을 위주로 했었는데 SI회사치고는 생각보다 야근도 많지 않았고, 주말출근도 많지 않았던 탓에 스터디 활동같은건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그 회사를 2년 좀 넘게 다녔는데 어느정도 머리가 크니(?) 이 회사가 개발자로서 성장하기엔 좀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다. 공부하고있으면 '그런책을 굳이 뭐하러보냐' 이런얘기가 오고갔으니 딱히 더 말할은 없다. 그리고 난 웹을 주로 하고싶었는데 자꾸 x인터넷 툴을 활용하다보니 해당 업체의 종속되어가는 느낌도 받았다. 금전적인 부분에서의 불만도 있었고 그렇게 2015년 하반기부터 이직을 준비하며 면접을 보러다녔다.

 

첫 이직 시도

이직을 시도하게되면서 아무데나 가고싶지는 않았다. 나름 스스로 조건을 내걸었고 이것들을 만족하는곳에 가고싶었다.

 

* 비 SI

* 가능하면 서비스업체(솔루션도 솔루션 만들어놓고 고객사마다 커스터마이징하는 SI성은 가고싶지 않았다.)

* Java 기반 시스템

* 가급적 판교(개발자라면 판교에 있어야한다는 나름의 의지(?)가 있었다.)

 

가장 처음 면접볼때가 떠오른다.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당시 면접관이 나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었다.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2년차치고 많이 대답해주었고, 공부 열심히 하는것같다.', '블로그 글도 복붙이 아니라 정말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것 같다.', '다만 이러이러한 부분이 아쉽다.'... 참고로 해당 회사의 공고는 3~10년차 개발자를 뽑는 공고였다. 최소 3년으로 봐도 나는 거기에 해당되는 경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런거 크게 따지지않고 지원했고, 면접을 보게됐는데 결과는 안좋았어도 스스로 자신감을 많이 갖게되는 계기가 됐다. 초반엔 서류 통과가 잘 안돼서 이력서를 어떻게 써야하나 라는 고민도 했었는데 블로그를 첨부하고나니 서류통과의 비율이 월등히 높아짐도 느낄 수 있었다. 서류 통과 이후 면접을 보면 합격률도 꽤나 높았다. 다만 구직자를 대하는 회사의 태도, 회사의 기술기반(.net이라던가...) 등등이 맞지않아 합격한 곳도 거절하기도했다. 대충 붙는데 가는게 아니라 이번에 확실히 탈SI+괜찮은 분위기의 자바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을 가고싶었다. 

 

그러다가 별 생각없이 카카오(당시 다음카카오)에 이력서를 넣어봤는데 그게 통과가 됐다. 몇군데 합격을 했다고해도 카카오라는 회사를 도전하는건 엄두도 못내던 상황이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공고를 보게돼서 그냥 넣어라도보자는 심정으로 넣었는데 서류가 통과가 됐고, 면접의 기회가 주어졌다. 면접은 2시간 가량 진행됐었는데 결과는 탈락이었으나 개인적인 면접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가서 한마디도 못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으로 갔었는데 생각보다 대답을 많이 하고나왔고 그동안의 공부가 결코 헛되지않았음을 알게해주는 날이었다.

 

회사를 재직하는 기간부터 면접을 보러다녔다. 첫면접이 9월이었고, 두번째 회사를 3월에 입사했으니 장장 5~6개월간 면접을 보러다닌 셈이다. 그사이에 1달가량 백수생활도 지냈다. 정말 많은 곳들의 면접을 보러다녔고 신중히 고민했다. 별고민없이 급하게 회사를 옮겼다면 카카오같은 곳의 면접을 볼 수도 없었을것이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매우 낮았을것같다. 그러던 와중에 NHN Entertainment(이하 NHN ENT)의 계열사인 NHN 티켓링크의 면접을 보게됐고, 합격을 하게됐다. 당시엔 백수이기도했고 NHN 계열사로 간다는건 처음 이직준비를 할때는 감히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었던걸 생각하면 내 계획보다 훨씬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여 이제 여기에 정착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위에 적어놓은 기준들도 모두 만족하는 곳이기도 했다.

 

두번째 회사 - 서비스업체

일단 업무 외적인것들에서 신세계였다. 사무실 임대해서 방 하나 쓰던 환경에서 NHN ENT 사옥을 사용하는것 자체가 좋기도했고, 아침/점심/저녁/야식을 모두 제공해주는것도 좋았다. 화장실이 깨끗한것도 좋았고 회사내 카페테리아에서 저렴하게 음료를 파는것도 좋았다. px처럼 외부 편의점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편의점도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환경을 경험한사람들은 그게 당연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하나하나가 감동적이었다.

 

업무적으로도 감동이었는데 IntelliJ를 사용하는게 참 좋았다. IntelliJ 도입한게 그리 오래되지않았다고 하는데 난 운이 좋았던것 같다. IntelliJ를 사용하고난 이후 IntelliJ 사용하지않는 회사는 가지말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했다. 형상관리를 Git으로 하는것도 좋았고 Git Hub를 이용해 코드리뷰를 진행하는것도 굉장했다. git에 익숙하지못해 입사 초기 사고를 치기도했지만 뭐 일단 난 좋았다. 배포자동화, 로그 시스템 등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이 정말 대단했었다. 이전에 파일질라로 FTP를 이용해 배포할땐 그게 당연하고 최선인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으니 입사초기엔 하루하루가 내겐 충격이었다.

 

회사를 옮기고나니 당연히 나의 부족함도 눈에 띄었고 이전부터 해오던 습관을 바꾼건 없었다. 스터디는 여전히 진행했고, 퇴근 후나 주말에 공부하는건 여전히 유지했다. 여기서도 좋았던건 이전회사는 이렇게 공부하고있으면 왜 공부하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여기서는 그걸 독려하고 칭찬해준다는점이 좋았다. 그리고 그런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도 좋았다. 개발자로 성장하기에 환경이 참 좋다는 생각과 여기가 시작인 분들에게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했다. 그분들의 3년차와 나의 3년차는 다를테니.

 

뭐 쨋건 공부도 열심히 했고, 일도 열심히 했다. 이전에는 객체지향, SOLID, Design pattern 같은건 그냥 책에만 나오는 내용이고 면접에서만 나오는 내용인줄 알았는데, 여기는 정말 그걸 코드 내에 녹여내고있었다. 코드리뷰에서 된통 깨지고나면 그걸 수정하기도하고, 이후엔 코드리뷰 전에서부터 코드에 대해 고민을 하게되면서 내가 작성하는 코드의 질이 좋아진다는걸 스스로 체감하기도 했다. 이전 회사의 2년은 지식을 쌓아올리는 시기였다면 여기서의 2년은 그 지식들을 코드에 녹여넣는 시기가 된것같다.

 

그렇게 1년 이상 회사를 다녔고 개인적인 사유로 두번째 이직을 준비하게된다.

 

두번째 이직 시도

그래도 첫번째 회사는 회사 탈출이 목표였던데 반해, 이곳에서는 회사 탈출이 목표는 아니었다. 몇가지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기는했지만 좋은 회사였고 회사탈출보다는 좀 더 좋은곳이 있다면 도전해볼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나름 기준은 있었다.

 

* 가급적 판교

* IDE는 IntelliJ

* 가급적 테스트케이스를 작성하는 팀(TDD까지는 아니라도)

* 코드리뷰 시스템이 갖춰진 팀

* 가급적 Java8 이상을 사용

 

첫번째 시도일때와 마찬가지로 참 많은 곳들을 도전하고,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하기도했다. 첫 시도에는 카카오를 기대하지도 않았다면 이번에는 기대하고 도전했다. 다만 이전과 달리 서류에서 자꾸 떨어지긴 했지만..

배달의민족, 라인플러스, SK컴즈, 스마일게이트, 네이버랩스, 카카오의 면접을 진행했다.

 

코딩테스트는 2곳이 진행했는데 2전 2승을했고, 기술면접은 6전 4승 1무 1패(한곳이 탈락시에도 연락을 주기로해놓고 연락을 안줘서 1무로...)로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럽다. 기술면접 통과 후 임원면접에서 떨어진곳도 있는데 이곳은 개인적으로 참신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임원면접에서도 긴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첫번째 이직시 미숙함으로 아쉬운 결정을 하게된 부분도 이번에는 같은 결과를 반복하지 않기위해 신중히 고민했고, 결과적으론 저중에 한곳으로 가게됐다.

 

처음 SI업체에서 시작할때는 감히 상상도 못하던 곳으로 가게되어 가슴벅참과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됐다.

 

앞으로

지금은 두번째 회사를 퇴사한 후 세번째 회사 입사를 하는 일주일의 공백기를 만끽하고있다. 사실 부담감이 꽤나 심하다. 가서 잘 할수있을지. 내가 너무 부족하진 않을지. 3개월도 못버티고 잘리는거 아닐지(수습) 별에 별 생각이 다 들고있다. 여태껏 해왔던것보다 더 열심히 해야할것 같다. 그리고 앞선 두 회사의 근속기간이 그리 길지않아 세번째 회사는 근속에 좀 더 신경을 써서 다녀야할것같다는 생각도 한다. 개발자로 갈 수 있는 국내기업중 거의 최상위권에 속하는 곳으로 가는만큼 딴데 눈돌릴 여유는 없을것같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개발자 관련 커뮤니티를 다녀보면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분들이 많은것 같다. 전문대졸로서 못채운 학력이 주는 차별은 없을지, 중소 SI 개발자로서 좀 더 높은 곳을 갈 수 있을지, 낮은 연봉으로 인해 앞으로 어떡하면 좋을지 등등 주로 이런글들을 많이 보는것 같다. 내 자신을 돌아보기위해 회고를 작성하지만 블로그같은 공개된 곳에 적는건 나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분들에게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지않을까 하는 맘이다.

 

글 내용이 워낙 개인적인 내용들을 많이 담고있어서 언제 비공개로 돌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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